수필

하늘에서 영혼을 봤다

청계 양태석 2013. 6. 7. 17:28

6월6일 현충일을 맞이해서 국립현충원에 초대를 받았다. 아침부터 마음을 조이며 준비했다.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넥타이도 검은색으로 했다. 생전 처음 가는 현충원이고 국가를 위해 싸우다 유명을 달리한 순국선열과 호국영영들의 넋을 기리는 날이라 마음이 무거웠다. 식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내원이 방송을 통해서 대통령이 도착하셨다고 했다. 모두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영했다. 날씨가 화창하고 뜨거운 햇살을 가리는 종이 모자를 쓰고 앉아 있으나 검은 옷이라 뜨거운 열기가 품어져 나왔다. 모두들 대통령을 보려고 단상을 응시하고 있을 때 나는 하늘을 봤다. 하늘에는 둥근 해무리가 서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촬영 했다. 오늘따라 31도의 여름날 씨로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 때문에 맑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러나 그 맑은 하늘에서 작은 구름조각이 모여들어 해무리가 만들어진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현충원에 모셔진 수많은 영영들이 구름을 한 점씩 몰고 와서 태양에게 하늘무지개를 만들라고 하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해무리가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해무리가 모두 영혼이며 나는 해무리의 모습으로 나타난 영혼의 나툼이라고 보는 것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영들의 영혼이 하늘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나툼인 것이다.

 

몇 년 전 조계사에서 법장스님 영결식을 거행하고 있을 때 태양은 뜨거워 신문으로 하늘을 가리는 지경에서 선명한 해무리가 선 것이다. 그때 많은 신도들이 스님이 하늘에 나투셨다고 외쳐 됐다. 그때 나는 신기하고 기이해서 정신을 잃고 경건한 마음으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후일 월하스님 영결식장에서 해무리가 섰고 성철스님 열반하는 날밤에 암자에서 큰 횃불처럼 섬광이 비쳤다고 한다.

 

31도의 불볕더위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호국영영들의 영혼이 나투신 것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육안으로 확인하라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증거를 본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 역시 보고만 있었다면 아무런 증거를 보여줄 것이 없으나 마침 스마트폰으로 촬영함으로서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신들의 의도대로 나에게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하늘의 해무리를 통해서 영혼을 보여준 신기한 증거를 잡은 것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영들의 극락왕생을 진심으로 기원 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