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만나고 죽으면서 마지막 이별을 하게 되어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어느 날 고향 형님 집에서 병환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뵈었다. 얼마나 그리운 모자간이지만 서울에 있는 나로서는 옆에서 모시지 못하고 가끔 내려가서 뵙고는 곧장 상경하는 처지였다. 그날은 왜 그리도 바쁜 일정이었는지? 어머님께 상세한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쫒기는 듯 어머님 곁을 떠나왔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어머님과의 원만하지 못한 이별 때문에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어머님 죄송해요” 그날의 원만하지 못한 이별이 너무도 괴로워 평생을 두고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치매를 앓고 계셨다. 그러나 치매는 항상 정신을 놓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정신이 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어릴 적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식은 알아보는 것이 보통이다. 어머님은 그날 말할 수 있는 기운도 없어서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나는 “어머님 고성에 제자모친이 별세하여 문상하고 서울 갔다가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하고 일어나 나오면서 어머니 얼굴을 바라보았다. 말 한마디 하시지 못하는 어머님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머님께서 말은 하시지 못했으나 나의 말은 다 알아듣고 게셨다. 어머님께서는 스스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시고 이제 떠나면 이승에서는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었다. 그러한 어머님의 사정을 모르는 채 이 불효자식은 가슴 아프지만 사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집을 나와 고성으로 가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어리석고 못난 자신이 원망스럽고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도 그때의 어머님모습을 떠올리면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 너무도 슬픈 어머님의 눈물이 나의 가슴에 멍이 든 채 영원히 남아있다. 불행하게도 5일 만에 세상을 떠나시니 더욱 가슴 아프고 그때의 이별이 어머님과 나를 영원히 갈라놓은 마지막 이별이 되고 말았으니 얼마나 슬픈 이별인가?
후생에 다시 모자간의 인연으로 태어나 최선을 다해 효도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빌고 또 빌면서 어머님 극락왕생을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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