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본다. 나는 지금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는 나그네인가?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지금 인생행로가 잠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나를 다시 보려고 하는 것이다.
얼마 지나면 74해, 이제 남은 해는 얼마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지난날은 길고 남은 날이 짧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다시 보면서 나는 과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려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 어느 길에서 왔다가 어느 길로 가려는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길에서 왔고 어느 길로 가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만 내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마음 편할지 모른다. 바람도 동풍은 동쪽에서 왔다가 서쪽으로 가버리는 바람 길이 있는 것처럼 사람도 그렇게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기구하고 어려운 운명을 타고태어나 참으로 열심히 세상을 살아왔다. 파란만장한 세상을 살면서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그것이 운명이거니 하고 참고 견디면서 잘도 살았다. 그러나 한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태어나 죽을 때가지 우주의 자연법칙으로 보면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늘지도 줄지도 않는 무변의 질량에서 뭉쳐졌다가 흩어지는 자연현상인 것을 인지하면 그것은 절망이 아니고 도(道)라 할 것이다.
봄에 꽃이 피었다가 가을에 열매로, 또는 낙엽으로 돌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이다. 누구는 거창하게 누구는 치졸하게 떠나는 흔적을 남기지만 모두가 질량에서 오고가는 나그네신세인 것을, 한줌의 흙으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아등바등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나를 바라보니 내가아니고 나는 한줌의 흙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흙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데 더더욱 바람도 아니더라. 나의 정신과 마음이 지구에 존재하는 그 순간이 나일뿐 영원한 나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예술이건 작품이건 그것은 그저 남길 뿐 사후에 나라는 존재가 알바 아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보이는 것은 중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무시하는 예가 많다. 사람은 보이는 곳에서 살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착가일 뿐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나는 나를 바라보니 지구에 그렇게 혼자 서 있었다. 아무도 나의 마지막 가는 길에 동행할 사람은 없으며 오직 나 혼자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이 곧 나라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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