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별미(別味)

청계 양태석 2013. 11. 26. 16:27

나는 매식(買食)에서는 접할 수 없는 별미(別味)를 자주 먹는다. 일반음식점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먹을 수 없는 특식(特食)이라고나 할까? 보통 음식점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에 집에서만 음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약속을 접고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집 특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에 뛰어난 구미식단은 세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장어로 추어탕처럼 국을 만드는 것이다. 재료를 무엇을 쓰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구수하고 감칠맛이 있어서 철철이 장어를 구해서 장어 국을 끓여먹는다. 장어국은 보신탕이나 같아서 먹고 나면 힘이 솟는다.

 

둘째로 호박전을 가끔 해 먹는다. 잘 익은 호박으로 채를 만들어 밀가루 반죽을 해서 전을 부치면 달콤한 호박전이 된다. 이호박전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으로 그 맛이 뛰어나다. 보통사람들은 먹어보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에 그 맛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쯤 만들어 먹어보면 특미라서 자주 해먹는 것이다.

 

세 번째 가지전인데 아주 쉬운 방법이지만 만들어먹으면 그 맛은 어느 전보다 구수하고 독특한 맛이 난다. 맛이 독특하기 때문에 잊을 수 없다. 잘 익은 가지를 엷게 썰어서 밀가루 반죽을 발라 전을 부치면 식기 전에 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비할 수 없이 좋다.

 

그리고 토란국은 독특한 맛을 내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쇠꼬리를 고운국물에 토란을 넣고 국을 끓이면 특별한 맛이 나며 보신에도 좋다.

 

우리 집에만 존재하는 도라지김치가 유명하다. 나는 목이 자주 쉬기 때문에 개발한음식인데 도라지를 깎아서 껍질을 제거하고 김치를 담아서 매일 식탁에 올린다. 음식이라기보다는 약으로 먹는다. 다른 음식은 아무 식당이나 평범한 것을 먹을 수 있으나 우리 집에서 먹는 음식은 보통식당에서는 먹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집의 음식에 길들여져서 식당음식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특식이 날마다 있는 것은 아니고 가끔 먹기 때문에 고기보다 귀하게 여기고 외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는 누구나 있겠으나 독특한 특미(特味)를 느끼는 기분은 정말 행복한 것이라 하겠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주고 받기  (0) 2014.01.03
생수와 약수  (0) 2013.12.06
나를 본다.  (0) 2013.11.25
부정을 없애는 방법  (0) 2013.11.25
기억력 감퇴와 조기 치매  (0) 201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