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작은 등산

청계 양태석 2013. 7. 1. 14:06

오늘 나는 작은 등산을 했다. 산도 작은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지 않고 산중턱을 돌고 돌아 조금 오르고 내리는 작은 등산이다. 오르다가 내리막을 만나면 내려오는 쉬운 등산이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라 심심치는 않았으며 간간이 대화를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날씨가 31도라는 무더위라 건강상 문제도 있고 해서 무리하지 않고 나무그늘사이로 혼자서 천천히 걸으며 오르다가 쉬고 쉬다가 가는 작은 등산을 한 것이다.

수년전에는 북한산 백운대도 오르는 무리한 등산도 했으나 지금은 체력의 한계가 있어 낮은 산에 가끔 오르는 것이 고작이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등산은 좋은 것이다. 체력을 다진다는 의미도 중요하겠지만 혼자 사색하며 걸으면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큰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오솔길엔 너무도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속삭이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걸으면서 나무와 대화를 한다. “나무야 큰 나무야 너는 언제부터 그곳에 서있었느냐? 하늘을 찌를 듯이 큰 나무야 너는 그렇게 크도록 작은 나무에게 사랑을 주고 다독이며 정다운 이웃으로 욕먹지 않고 살았느냐? 세상도 봐가며 살아왔겠지, 오늘은 박근혜대통령이 중국서 돌아오는 날이란다.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방문하여 외교를 하는 것이란다. 너도 작은 나무들이 너에게 손짓하면 반가운 표정으로 답례를 하느냐?

나는 같은 나무를 보면서 인사하고 대화하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같은 등산길이 좋아서 자주 오는 편이거든, 오늘은 왠지 혼자라는 것이 더욱 좋았다. 나무와 바위와 산새들과 벌레들까지도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많았다.

우리 인간은 무엇이며 무엇이 그리 대단하기에 서로가 잘났다고 아옹다옹하는지? 여기 묵묵히 서있는 저 나무들은 긴 세월 말없이 자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할지모르나 그네들도 다른 나무와 이웃하면서 속삭이고 사랑하고 할 것 다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나무야 오늘은 네 마음이나 내 마음이 아마 통하는 날인가보다. 나는 벤치에서 너의 그 늠름한 모습에 반했고 너는 나의 친구로 반겨주어 고맙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결 같이 서있는 너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묵언으로 대하기도 하여 언제부터인가 다정한 친구로 되었구나, 때로는 바람이 너를 흔들고 때로는 한파가 침노해도 너는 항상 그곳에서 나를 반겨주는구나

오늘은 나무와 대화를 하면서 인간사회도 나무숲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나무는 작은 나무대로 저마다 역할이 있는 것이다. 나무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나무 밑에는 새끼소나무가 자라고 떡갈나무 밑에는 떡갈나무 새끼가 자라고 있다. 지형과 지질에 따라 적당한 나무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길을 가다가 누린대 나무를 발견했다. 나의 고향인 지리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누린 대나무가 서울의 산에도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정말 반가웠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누린대 잎을 따와서 삶아 반찬으로 밥을 싸먹었다. 누린대 잎은 약으로도 좋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나뭇잎이 많아서 내려쬐는 태양열을 막아준다. 나무사이로 걸으면서 사색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더운 것을 모르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무에서 나오는 향긋한 향기와 산소는 더욱 기분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산에 숲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산에 숲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1500만도의 태양열이 쏟아지는 사막은 나무가 없기 때문에 생물이 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무숲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큰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을 보니 나뭇잎사이로 뚫린 하늘은 한 폭의 그림이다. 기기묘묘한 하늘 그림은 아름답고 정교하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숲 그림은 실로 인간이 흉내 내지 못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지구의 여백 사하라사막을 생각해보라 과연 이 숲의 그림이얼마나 소중한가를! 인간들은 소중한 것을 진정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나무 한 그루도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은 대단하다. 따라서 주위의 모든 생물과 동물들이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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